[기고]불평등과 양극화 극복하는 교육 공동체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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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준영 댓글 0건 조회 3회 작성일 25-07-11 06:10본문
“정말로 학교에 다니고 싶었어요.” 보호관찰 담당자인 나와 면담하면서 소년은 아버지의 가정폭력과 부모님의 이혼, 가출, 비행으로 경찰서와 법원을 드나들었던 과거를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가정과 학교보다는 청소년쉼터와 소년분류심사원, 소년원에서 사춘기를 보내 교복이 어색했지만, 그리웠다고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소년은 그저 또래 친구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며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싶었다. 가끔 늦잠을 자서 지각을 했지만, 학교에 잘 갔다. 그런데 방과 후 학교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다 학생부장 교사에게 적발됐다.
면담 중 학교 교감에게서 전화가 왔다. 소년원 출신인지 몰랐고, 보호관찰을 받는 학생도 처음이라고 했다. 교감은 보호관찰 중인 학생이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다시 시설처분을 받을 수 있는지 물어봤다. 개학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학생생활교육위원회는 소년의 퇴학을 결정했다. 이유는 흡연과 불손한 언행, 교사 지도 불응이었다.
소년과의 면담이 끝난 뒤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이 출석했다. 소년분류심사원에 4주 위탁된 후 장기보호관찰(2년) 처분을 받았다. 초등학교 때 학교폭력 피해로 우울증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었다. 오랜만에 학교로 돌아온 소녀는 교복과 교실이 낯설었다. 급식실에서 함께 밥 먹을 친구가 없어 점심을 굶었다. 무단결석과 지각을 반복하며 점점 학교에 부적응했다. 무단외출을 하고 학교 기물을 파손하는 등 폭력적인 행동도 보였다. 갑자기 손목에 자해하고 교실을 뛰쳐나가기도 했다. 결국 출석정지 징계를 받았다.
학교에 공문을 보내 출결상황과 생활태도 관련 서류를 의뢰했다. 담임교사가 의견서를 첨부했다. 학교의 규칙과 징계만으로는 소녀의 일탈행동을 통제할 수 없고 정상적인 교육이 불가능한 상황이니, 시설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생활할 수 있도록 처분을 변경해주기를 부탁한다고 했다.
2024년 기준, 소년 보호관찰 대상자의 정신질환자 비율은 20.9%, 소년원생의 정신질환 비율은 32.2%다. 우울장애, 분노조절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충동조절 장애가 대부분이다. 주된 원인은 가정폭력과 학대, 학교폭력 피해로 인한 트라우마와 후유증이다.
과거 소년원에 근무할 때, 가장 교육하기 힘들다는 특수반을 맡았던 담임교사가 생각났다. 소녀는 정신연령이 낮고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어 일반적인 교육과 생활지도로는 교화하기 힘든 학생이었다. 선생님이 소녀가 생활하는 호실에서 상담하고 지도한 후 나가려고 하면, 소녀는 항상 옷자락을 붙잡고 따라가려고 했다. 그때마다 선생님은 문제행동을 개선하고 공동체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교육하기 위해 문을 닫고 한참을 서 있었다. 부드러우면서 단호한 모습으로 똑같은 질문을 되풀이하며 학생에게서 올바른 행동과 대답을 이끌어내기 위해 반복 교육했다. 때로는 화도 나고 답답할 법도 했지만, 선생님은 언제나 “가르쳐야죠”라고 말하며 실천했다.
국가가 보호처분을 결정한 청소년의 상당수는 부모의 이혼과 사망, 투병, 알코올 중독 등으로 결손가정에서 성장하거나 보육시설이나 쉼터에서 생활한다. 학교가 이들을 외면하고 포기한다면, 위기 청소년의 사회적 기본권과 생존권은 누가 지켜줄 것인가. 헌법 제31조는 ‘모든 국민은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한다. 물러설 곳 없는 위기 청소년 선도 현장에서, 아이들이 돌아갈 교실이 차별과 경쟁, 소외와 편견이 없는 교실이 되기를 바란다. 공교육이 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를 극복하는 진정한 교육 공동체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한 의료급여 정률제 개편에 대해 정부가 입법 추진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시민사회단체는 그간 개편안에 대해 ‘가난한 이들의 병원 문턱을 높이는 개악’이라고 비판해왔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실이 직접 재검토를 요구한 것이 ‘일단 멈춤’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참여연대와 빈곤사회연대, 의료급여 수급자 등은 10일 서울 용산구 피스앤파크 컨벤션 회의실에서 보건복지부 주최로 열린 ‘의료급여제도 시민단체 간담회’에서 “의료급여 정률제는 가난한 이들이 비용 부담 증가를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게 분명하다”며 “의료급여 정률제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의료급여 제도 개편을 추진해왔다. 현재 의료급여 수급자들은 의원(1차)에선 1000원, 병원(2차)에선 1500원, 상급종합병원(3차)에선 2000원 등 정해진 액수(정액제)의 진료비를 낸다. 정부는 외래 본인부담금을 의료비 이용에 비례해 내도록 해 과다 의료이용을 막겠다는 취지로 개편안을 추진해왔다. 오는 10월 시행예정인 ‘의료급여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은 외래 본인부담금을 진료비의 4∼8%로 바꾸는 내용 등이 담겼다.
본인을 “생계·의료·주거급여를 받는 수급자”라고 소개한 정대철 동자동사랑방 사업이사는 “병원비 몇 천원 오르는 게 부담이 되느냐고 할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만, 저희는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에 많이 갈수록 진료비가 오른다면 지금처럼 병원에 다닐 수 있을지 걱정이다”라며 “의료급여 정률제는 수급자들이 망설이다 치료를 미루게 되고 아픈 걸 견디며 살게되는 결과를 만들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정성식 시민건강연구소 연구원은 “까다로운 선정 절차와 사회적 오명에도 불구하고 수급자가 되는 것은 그만큼 제도적 의료보장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건강보험 가입자보다 의료급여 수급자에서 의료이용이 많은 것은 매우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의료급여 수급자의 의료이용은 건강보험 가입자와 비교했을 때 1인당 외래 진료비가 1.4배, 외래 이용일수가 1.3배 높다”고 발표했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복지부는 의료급여 수급자들이 파렴치한 환자들인 것처럼 보도자료를 냈는데, 수급자들은 (건강보험 가입자 평균보다) 노인이나 복합질환 환자가 몇 배나 높다”고 말했다.
날선 비판이 한차례 쏟아진 후 복지부는 사과의 뜻과 함께 현재 추진 중인 입법절차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란 복지부 1차관은 “절차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중단하겠다”며 “현재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액션으로, 우선 중단하고 대화와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달 15일까지인 입법 예고가 종료된 후 후속 절차인 규제심사 등의 절차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대통령실에서도 전임 정부 때 추진된 의료급여 정률제 개편과 관련해 정부가 시민사회 의견을 다시 한번 들으라고 복지부에 요구했다.
이 차관은 “복지부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을 보면서 많이 속상했다”며 “정부 정책이 지향하는 방향이 시민사회단체 분들의 생각과 다르지 않다. 어려운 분들이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건강하게 받을 수 있도록 의료급여 제도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게 목적”이라고 거듭 설명했다.
이 차관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들은 입법예고안 철회를 요구하면서 항의의 의미로 간담회장을 떠났다. 복지부는 앞으로도 시민단체와 계속해서 만남의 자리를 가지면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혁신위원장을 사퇴하고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후 국민의힘이 급속히 전당대회 모드로 전환하고 있다. 당대표 후보들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당내 그룹별로 자신을 대표할 당권주자를 찾는 물밑 작업이 분주해졌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서둘러 후임 혁신위원장을 임명하겠다고 했지만 안 의원 사퇴 파문으로 혁신위의 동력이 사그라들었다는 당내 평가가 많다.
송 비대위원장은 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안철수 혁신위원장이 사퇴했다. 당의 변화와 쇄신을 바라고 계신 당원 동지들과 국민 여러분께 혼란을 드려 송구하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신임 혁신위원장을 모시고 당의 쇄신을 이끌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송 위원장은 전날 비대위 의결을 거친 혁신위원들을 두고 새 혁신위원장만 선임해 오는 10일 비대위 의결을 거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당내엔 혁신위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팽배하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통화에서 “김용태, 안철수가 말한 쇄신이 다 좌절되고 난 후에 혁신위가 무슨 역할을 하겠나”라며 “전당대회가 시작되면 혁신위는 묻히고 당대표 후보들끼리 혁신 경쟁을 벌이는 그림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위원으로 선임된 한 당내 인사도 “지금 혁신위가 새로 출범해서 논의해봐야 힘을 받을 수 있겠나”라고 밝혔다.
안 의원이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혁신위를 박차고 당대표 선거에 나서면서 당 안팎의 관심도 혁신위에서 전당대회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안 의원이 당 주류에 맞서 당을 쇄신해야 한다는 쪽의 입지를 선점한 후 당내 세력들의 눈치싸움도 치열해졌다. 안 의원은 자신을 혁신의 적임자로 강조하면서 지방을 도는 민심 탐방을 재개하려 준비하고 있다.
안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국민의힘이 식료품 가게도 아닌데, 대선 이후 한 달 내내 저울질 기사만 반복되고 있다. 두 분의 행보에 대한 당원과 국민의 피로도도 점증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당내에서 당대표 출마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는 오는 15일 서울 지역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오찬 회동을 하는 등 정치적 행보도 활발히 하고 있다. 불과 한달여 전까지 당의 대선 후보였던 잔상이 남아 있어 유력한 후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장관을 지지하는 한 의원은 통화에서 “김 전 장관은 예전에 자기를 공천심사위원장 시켜 준 당대표도 날린 사람”이라며 “다음 대선 욕심도 없고, 인적 쇄신을 할 적임자”라고 말했다.
다만 이른바 ‘찐윤’ 사이엔 대선 후보 교체를 둘러싼 갈등으로 인해 김 전 장관을 비토하는 정서가 강하다. 그쪽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재선 장동혁 의원 등이 당대표 출마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큰 변수는 한동훈 전 대표의 출마 여부다. 한 전 대표 측근들 사이엔 출마에 부정적인 기류가 다소 강했지만 이번 혁신위 좌초가 흐름을 바꿀지 주목된다. 친한동훈계인 박정하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 나와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한 전 대표가 공백기를 갖는 게 낫다고 생각했는데, 어제 그걸(안 의원 사퇴) 보면서 당이 이대로 가는 걸 두고만 봐야 하나, 당이 국민에게 신뢰를 받을 계기를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김 전 장관과 한 전 대표를 향해 “전당대회에 함께 출마하자”며 “국민의힘이 식료품 가게도 아닌데, 대선 이후 한 달 내내 저울질 기사만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그사이에도 백합에 이어 글라디올러스는 아래서부터 흰 꽃잎을 열어가고, 땅콩은 오종종한 동그란 잎들을 낮게 펼쳐간다. 땡볕을 머리에 인 고추와 가지는 굵어지고 옥수수알과 호박은 여물어간다. 비명도 구호도 내지르지 않은 채. 원 없이 농사짓다 올봄에 훌쩍 떠나간 아랫집 유석문씨처럼. 우리들의 아버지처럼. 아버지의 아버지처럼.
장옥관 시인은 “아버지와 한마디 의논 없”이, “수백 년 도작(稻作)한 논에” 용감하게도 “백일홍을 심었다”. “벼가 자라야 할 논에 나무를 심다니, 아버지가 아시면 크게 혼이 날 일이다”. “풀어헤친 가슴을 헤집던 아버지 손가락의 감촉을 새긴 논”이기에. 그 논은 “남풍에 족보처럼 좍 펼쳐지던/ 물비린내나는 초록의 페이지”이기에. 그럼에도 아들은 쌀가마니를 낳았던 아버지의 시간을 덮음으로써, 시간의 블록으로 규정된 산업과 효용의 시간을 벗어던졌다. “무논에 나무를 심은 일이 옳은지 그른지” 모르지만, 지불노동과 부불노동의 경계를 벗어났다.
“한여름 내내 붉은 그늘”에 “얼굴을 덮”은 새로운 시간 속에서 꿈이 자란다. 허벅지 높이까지 자란 벼들이 도열한 논들을 갈라놓는 비닐하우스가 벼들을 포위하는 농경지 바깥에서. 공유지가 사라진 근대화 이후 농민처럼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활자 앞에 쌀가마니처럼 무겁게 앉”은 시인은 “곰곰 따져 기록할 것이다”. 큰 낫을 든 시간의 할아버지처럼 추수를 닦달하는 크로노스의 시간을 떠나서. 그리고 맞아들일 것이다. “천 개의 바람이 졸음 참으며 흰 페이지를 넘기고 적막이 어깨로 문 밀고 들어”와 곁에 앉는 유일무이한 시간을. 한순간의 기회를 잡기 위해 발에 날개가 달린 카이로스의 시간을 벗어남으로써 시간을 되찾을 것이다. 노동과 일과 여가와 놀이와 관조가 백일홍처럼 연이어 피어나는 삶을.
혼자 있지만 함께하는 문화적 공유지를 상상하는 일은 흐뭇하다. 간절한 염원을 품은 희망일수록 더 그렇다. 가을이 저물어 “백날의 불빛 꺼지고 어둠 찾아오면 사방 무논으로 둘러싸인 들판 한가운데”에서 “아버지가 비워두고 간 여백”이 채워지는 그 카페에 가고 싶다.
아름다운 희망은 전염이 잘된다. 내게도 두어 마지기 땅이 있다면 장옥관 시인처럼 나무를 심고 싶다. 논물에 땀방울이 섞인 아버지의 시간을 되새기며, 쌀가마니처럼 무겁게 앉아 있고 싶다. 먹고살기 위해 버려진 시간과 시간 속에 숨겨진 주름진 무늬를 들여다보고 싶다. 때로 모두가 누려야 할 시간의 해방에 대해서 격문 같은 활자를 마주하고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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